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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멀리해야 대중을 넘는다.

Joen_Blue 2009. 7. 14. 09:33

2009.7.14 화요일

 

 

 
샤넬의 핵심인 패션부문을 이끌고 있는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사장은 명품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최대한 독특해야 하고, 나만을 위한 것이어야만 하고, 다른 사람은 가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사진은‘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로 불리는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직접 찍었다./샤넬 제공

 

샤넬 창업 100년…
파블로브스키 패션 총괄 사장 인터뷰
"소비자 의식하고 제품 만들면 딱 그 수준밖에 안 나와…
최상위층 겨냥 패션쇼 등으로 늘 창조성과 차별화 실험"

프랑스에는 올해 창업 100년이 되는 '장수' 기업이 하나 있다.

이 기업의 패션 부문 전략을 책임지는 패션 총괄 사장은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한다.

"마케팅은 팔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아이디어와 창조성이 먼저다. 대중을 향한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그러면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지 못한다. 이는 '재앙'이다."

이 회사는 그래서 일년에 한 번, 브랜드이미지 조사만 한다. 일반 소비자 조사 결과는 창 밖으로 던져 버린다.

소비자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갈망'하는 그 무엇, 시장의 흐름보다 6개월 앞서 나가는 무엇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디자인은 1983년부터 한 수석 디자이너가 책임지고 있다.

이 한 명의 천재는 본인의 작업실에 틀어박혀 '영감 떠올리는 일'만 한다.

 그가 일년에 8번 세계적인 '쇼'를 통해 내놓는 디자인은 1만6000명의 직원들을 먹여 살린다.

 '비즈니스'는 그의 관심 밖이다. 대신 "나는 그저 창조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바로 세계적인 명품 기업 샤넬(Chanel)이다.

샤넬의 '핵심'인 패션 부문을 총괄하는 사장은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20여년간 샤넬을 이끄는 수석 디자이너는 칼 라거펠트다.

◆불황엔 꿈을 팔아라

지난 7일 저녁 샤넬의 오트쿠튀르 패션쇼가 진행된
파리 시내 중심부의 그랑팔레(Grand Palais).

 쇼 시작 2시간 전 패션쇼 무대 뒤에서 만난 파블로브스키 총괄 사장은 "세계 경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는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꿈'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헤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에 올려지는 옷은 일반 정장에서부터 이브닝 드레스까지 66벌. 라거펠트 수석디자이너의 머릿속에서 나온 각각의 옷엔 각 분야 최고 장인들의 땀이 배어있다.

정장 한 벌을 제작하는 데 평균 200시간, 자수 장식까지 달리는 이브닝 드레스는 적어도 250시간이 걸린다.

1950년대에는 전세계적으로 20만명이 넘는 여성들이 오트쿠튀르에서 선보이는 의상을 입었다.

하지만 요즘은 오트쿠튀르 의상을 입는 여성이 전 세계적으로 약 200여명에 불과하다.

지난 7일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샤넬 오트쿠튀르쇼의 무대 위에서 모델들이 다채로운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나무로 제작된 샤넬 ‘No.5’모형이 보인다./샤넬 제공

정장은 보통 한 벌에 2만5000달러, 이브닝드레스는 10만달러에서 가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팔리지도 않는 옷을 왜 만드느냐"는 질문에 파블로브스키 사장은

"오트쿠튀르는 비즈니스 목적보다 샤넬 전체의 이미지에 꿈을 덧붙이는 '마법' 같은 것"이라고 답했다.

"오트쿠튀르는 단순 판매 수단이 아니라 '우리가 이만큼 창조적이고, 이만큼 앞서 나간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비용은 많이 들어도 파급 효과가 엄청나지요." 오트쿠튀르는 샤넬의 의류뿐만 아니라 보석류, 신발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부문을 움직이는 '모터' 역할을 한다.

 '아무나 우리 고객이 될 수 없다'는 의식을 대중에게 심어줘 샤넬을 동경하는 최상위 소비자 계층을 붙들기 때문.

그는 "불황 속에서 브랜드를 살리는 것은 브랜드를 '꿈꾸는' 소비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이게 바로 우리가 오트쿠튀르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라고 했다.

브랜드 이미지 위해 단기 이익 희생할 수도

최근 샤넬도 위기다.

주 고객인 최상위 소비자들마저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요.

미국 시장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러시아·브라질 등 신흥 시장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2004년 1월 샤넬 패션 부문 사장에 취임한 파블로브스키 사장의 관심사는 원대했다.

 "단기 경영 성과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끌고 나가는지가 더 중요해요. 이미지를 위해선 단기 이익을 희생할 수 있어요."

샤넬이 이토록 '당당한' 이유는 유한회사라는 점도 한 요인이다.

1909년 가브리엘 샤넬(Chanel)이 세운 샤넬은 현재 베르트하이머(Wertheimer) 가문이 소유한 개인기업이다.

따라서 어떤 재무 정보도 공시하지 않고 모든 정보를 철저히 베일에 싸 둔다.

또 각국마다 딜러를 두지 않고 본사가 세계 170여개 매장을 철저히 직접 관리한다.

 파블로브스키 사장은 "샤넬의 이런 특성이 불황 속에도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얼굴', '신비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유리한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루이비통 등 일부 명품 기업들은 '주식회사'이다.

이 경우 자금 조달이 쉽고 기업 투명성이 높아지지만 3개월마다 주주들에게 시달려야 한다.

 단기 실적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부담감도 크다.

그는 "단기 수익 전망치 달성을 위해 원가를 절감해야 하므로 품질이 떨어지는 소재를 사용하고 개발 도상국에 아웃소싱 등을 해야 하지만

샤넬은 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샤넬은 최고의 품질을 지닌 제품을 만드는 것을 미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로 여깁니다.

그래서 프랑스, 이탈리아의 역사 깊은 공방(工房)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제품의 95%를 생산하죠.

 최고의 품질을 위해 우리는 지구 끝까지라도 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본래는 '고급 재봉'이란 뜻으로 특히 '고급 여성복 제작'을 일컫는 말. 시초는 나폴레옹 3세 비(妃)의 전속 드레스메이커인 워르트(Worth)로 1868년에 시작됐고

 전임 디자이너가 계절에 앞서 고객을 위한 새로운 창작 의상을 발표하면, 이것이 전 세계 유행의 방향을 결정했다.

발표회는 1년에 2회가 열리고, 현재 참가하는 유명 브랜드는 샤넬·디올·지방시 등이 있다.

 샤넬은 오트쿠튀르를 포함, 프레타포르테·크루즈 컬렉션 등 1년에 8번 신작을 발표한다.

 

출처 : 2009,7,14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