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shion /Fashion

black의 부활

Joen_Blue 2005. 8. 19. 13:34
'가을 패션' 검은것이 아름답다



“검은색은 모든 색을 받아들이는 색이며 색중에 가장 순수한 색이다”- 가브리엘 코코 샤넬(1883~1971)

눈이 부실 정도로 현란했던 여름 색채의 향연은 이제 잊자. 해도 차면 기우는 법, 가을을 앞둔 패션가는 한동안 잊혀졌던 검은색의 순정한 아름다움에 다시 눈뜨기 시작했다.

해외 유명 컬렉션에서 앞다퉈 선보인 블랙의 매혹은 백화점 마다 쏟아내고 있는 가을 신상품들을 통해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올 여름 패션가의 최대 화제중 하나는 ‘검은색의 실종’이었다. 장식성이 강한 로맨틱&에스닉 패션 바람이 절정기를 구가한 최근 2~3년간 패션가는 마치 이글거리는 색의 용광로처럼 보였다.

의류는 물론 액세서리 핸드백 구두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번쩍이고 화사한 색상을 뽐냈다. 금강제화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베스트셀러 구두아이템 상위 10위중 1~4위가 블랙제품이었지만 올해 동기간 판매순위 10위안에는 단 한 제품만이 7위에 올랐을 정도다.

그러나 가을 신상품이 쏟아지기 시작한 8월 중순이후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됐다. 여성복브랜드 베스띠벨리 디자인실 박성희 실장은 “가을을 겨냥해 블랙 컬러의 의류제품을 지난해 대비 50%이상 늘렸다”면서 “2000년대 들어 지속된 색의 향연에 소비자들이 물릴 때가 됐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디자이너 정구호씨는 자신의 가을패션쇼에서 두번째 스테이지를 원피스부터 바지정장에 이르기까지 온통 검은색으로만 채워 화제를 낳기도 했다.

블랙의 부상은 패션의 흐름이 변화의 꼭지점에 섰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장식성이 강한 로맨티시즘을 극한까지 몰고 간 ‘맥시멀리즘’ 경향이 이번 여름을 분수령으로 잦아들고, 클래식하고 도시적인 세련미에 장식을 최소화하는 미니멀리즘으로의 회귀가 시작되면서 미니멀리즘의 대표색상인 블랙이 부활했다고 분석한다.

삼성패션연구소 서정미 수석은 “90년대를 풍미한 미니멀리즘의 복권이라고까지 부르기엔 좀 섣부르지만 분명히 변화는 시작됐다”면서 “다만 새로운 블랙패션은 이전의 경직되고 강인한 느낌 보다는 한층 부드럽고 우아한 여성미를 살려 표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패션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복식연구소가 최근 ‘샤넬’ 회고전을 열고있는 것도 블랙패션 열기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샤넬은 1926년 유명한 ‘리틀 블랙 드레스’를 발표하면서 당시만 해도 하층민의 색으로 천시됐던 블랙을 가장 고상한 색상으로 격상시킨 주인공이다.

가을 패션의 키워드는 크게 3가지다. 클래식 로맨틱, 러시안, 보헤미안 등이다. 민속패션의 바람은 인도 터키 등 동양권에 대한 관심에서 동유럽 특히 러시아쪽으로 옮겨간다.

장인정신에 바탕한 엄정한 재단과 클래식한 손맛이 살아있는 고급맞춤복 분위기는 더 강조된다. 자유로운 감성을 표현하는 보헤미안 트렌드는 여름과 달리 무채색이 가미돼 한결 지적인 분위기를 갖춘다.

이 모든 트렌드의 중심에는 검은색과 검은색을 더 빛나게 해줄 보조색으로 짙은 자주나 어두운 오렌지, 에스프레소 커피색, 틸블루(tealblueㆍ청록색빛) 등 깊고 풍부한 색감들이 포진한다. 바야흐로 ‘검은 것이 아름다운(Black is beauty)’ 가을이다.

▦ 올 가을 주목해야할 블랙아이템 3

1. 뉴 리틀 블랙 드레스 검은색 원피스이되 딱 떨어지는 간결한 디자인 대신 실크나 오간자 시폰 등 부드러운 소재에 주름이나 레이스, 반짝이는 검은색 스팽글을 달아 빈티지 느낌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

2. 블랙로즈 문양 검은색 장미는 올 가을 블랙패션의 전령사와 같은 존재. 크리스찬 디올이 커다란 검은 장미문양을 찍은 가방을 내놓은 것이나 보테가 베네타의 검은 장미코사쥬로 장식한 체인 벨트, Y&Kei의 장미코사쥬를 단 허리띠나 구두장식 등을 눈여겨 볼 것.

3. 블랙&화이트 매치 검은색과 흰색의 배색은 세련된 도시여성의 아름다움이나 러시안 문양의 에스닉한 분위기를 살리는데 효과적. 흰색 시폰 치마위에 검은색 시폰 치마를 덧대 비치게 만들거나 검은색 천위에 하얀색 문양을 빙 둘러 찍는 민속풍 시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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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제공 ]  한국일보  |   한국일보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