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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젊게사는인생 !( 펌)

Joen_Blue 2005. 12. 28. 16:14

[브라보…젊게 사는 인생!] 춤추는 81세 발레리나 러시아 겨울 녹이는 동갑내기 두 할머니 스타

1시간 공연에 전국민 갈채 TV·무대 누비는 '인민배우' 큰 인기

▲ 연극·영화배우 올가 아로세바가 최근 80세 생일을 맞아 모스크바 사티르극장에서 열린 공연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팔순의 할머니가 무대에서 1시간여 공연하
 
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많은 러시아인들이 가졌던 이런 의구심은
 
황혼기를 맞은 노(老) 예술가들의 열정
 
앞에서 여지없이 사라졌다.
 
보통같으면 손주 재롱을 보고 있어야 할
 
 두 예술가가 세밑 모스크바를 매료시키고 있다.
 
프리마 발레리나 마야 플리세츠카야와
 
연극·영화배우 올가 아로세바가 그들.
 
1925년생 동갑내기로, 우리 나이로 치면
 
81세이고 며칠만 있으면 82세가 된다.
 
모두 구(舊) 소련 시절 최고 영예인
 
 ‘인민예술가’ 타이틀을 얻은 실력파.

두 사람은 각각 11월과 12월 말 80번째 생일을 맞았다.

 

생일날 가진 한 차례 시범공연에서 젊은 배우 못지않게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플리세츠카야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요즘도 일부 공중파 TV는 두 사람의 생애를 담은 특집 프로그램이나 이들이 출연했던

 

작품을 별도 편성하는 추세다.

▲ 올해 초 찍은 80세의 플리세츠카야 얼굴

이런 현상은 구 소련 시절처럼 아파트와

 

차량 등의 경제적 혜택이 줄기는 했지만,

 

예술인들을 예우하는 러시아 특유의

 

문화풍토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러시아 문화계 인사들은 27일 “각자의 분야

 

가 있어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하지만, 두 예술가는 여러 면에서 차이점이

 

많아 관객과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겉모습만 봐도 뚜렷이 다르다.

 

 한 달 언니격인 플리세츠카야는 늘씬한체구

 

에 반항기 많고 카리스마를 가진 러시아 처녀 스타일로 비유된다.

 

 반면 아로세바는 낙천적이고 마음씨 넉넉한 전형적인 러시아 아줌마 기질이다.

또 화려한 국제대회 수상경력에다 뉴욕·런던·파리·베를린 등 세계 여러 도시를 돌며

 

국제적 명성을 얻은 플리세츠카야와 달리, 아로세바는 연극·영화·TV를 넘나들며

 

국내적으로 커다란 인기를 모았다.

 

때문에 플리세츠카야는 국내 발레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볼쇼이에서 태동한 ‘백조의 호수’ 말고도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대표작이 많다.

 

아로세바는 중년의 러시아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연극 ‘13개의 탁자가 있는

 

주막’의 주인공 모니카역을 무려 15년 동안 맡았다.

 

두 사람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점은 스탈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다.

▲ 마야 플리세츠카야가 1990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당시 60대 중반의 나이였다. /플리세츠카야재단 제공

스탈린이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 있던

 

1937년, 플리세츠카야가 11세 때 아버지

 

는 반역죄로 체포돼 사망하고 어머니도

 

투옥되면서 이른바 ‘인민의 적(敵)’으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오직 재능 하나로 6년 뒤 볼쇼이

 

극장의 주연 발레리나가 됐고,

 

한 공연장에서 자신의 발레를 관람하던

 

스탈린을 외면한 채 나가버린다.

 

 아로세바의 회상은 판이하다.

 

스탈린은 1941년 소녀 아로세바의 연극

 

을 보고 매료돼 그녀의 16번째 생일인

 

12월에 크렘린으로 초청,

 

금기시되던 집무실 방문과 공연을 허락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들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80대 나이에도 공연을 할 수 있게 하는

 

원인이 뭐냐’는 물음에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 최고의 비결이고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동일한 대답을 했다.

 

특히 미모 유지 비결을 묻자 플리세츠카야는 끊임없는 연습에,

 

러시아인들이 즐기는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그녀가 밝힌 주량은 고작해야 와인 1잔.

아로세바 역시 “몇 년 전부터 담배를 끊고 매일 아침 수영을 한다”며,

 

숙면과 함께 늘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고 화장을 하지 않는 것도 건강의 비결이라고 털어놨다.

 

이들은 시범공연을 마친 뒤 내년에 새로운 작품으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플리세츠카야와 아로세바의 당찬 포부에 러시아 시민들의 즐거움은 한층 더해갈 것 같다.

모스크바=권경복특파원 kkb@chosun.com